의심스러운 싸움
파업☆성공 같은 유쾌한 결말은 아니고... 씁쓸하다. 스타인벡st 파업 이야기
맨 처음 볼터의 개소리... 얼마나 신문에서 많이 보는 내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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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볼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서로 도왔기 때문에 미국이 위대한 국가가 된 것이오. 미국 노동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노동자들이며, 임금도 가장 많이 받고 있소."
런든이 화를 내며 말을 받았다. "중국인들이 하루에 0.5센트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받는 거 아니오? 반면에 우리는 굶주리고 있는데 얼마를 받든, 그게 무슨 대수요?"
볼터는 다시 웃는 얼굴을 하였다. "나는 집이 하나 있고, 또 애들도 있소. 난 열심히 일해 왔소. 당신들은 내가 당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역시 당신들과 똑같은 노동자로 봐줬으면 좋겠소. 지금의 내 재산, 모두 노동으로 번 거요. 우리는 당신들 중에 과격파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소. 물론 나는 믿지 않소. 미국인이, 미국의 이상을 지닌 미국인이 과격파 따위에 귀 기울이리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소. 우리는 모두 공동운명체요. 지금은 고난의 시기요. 그럴수록 모두가 잘 어울리도록 노력해야 하고 서로서로 도와야 하는거요."
갑자기 샘이 고함을 질렀다. "오, 제발, 그만두시오. 말할 게 있으면 말하시오. 하나 그 되지도 않은 연설일랑 집어치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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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신랄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는 우리 자신을 너무 중요시하고, 또 이번 파업도 너무 중요시하는 것 같군. 일이 지금 실패로 끝나버린다 해도 그만한 보람은 있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여태까지는 뭐 고귀한 미국 노동자들이 어떻고, 자본과 노동의 협력이 어떻고 하는 개똥 같은 소리들을 믿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네. 이제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얼마큼 생각하고 있으며, 개미 무리 같은 노동자들을 자본가들이 얼마큼 신속하게 독살할 수 있는지, 다 안단 말이야. 우린 그들에게 두 가지 것을 보여 주는 거지. 그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 두 가지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아까 있엇던 그 작은 소동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그들에게 보여준 셈이지. 샌프란시스코의 파업 사건이 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억하나?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샘하고 비슷하게 될 걸세. 분명한 사실이야, 이건."
"이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알 만큼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럼?"
"머리가 아닐세, 짐. 머리는 소용없네. 이 일이 다 끝난 후엔 사람들 마음속으로 저절로 배어드는 거지.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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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음식을 박박 긁어 먹더니 그릇을 내려놓았다. "짐, 만일 내가 자네한테 무슨 일을 시키면 그대로 할 텐가?"
"글쎄요... 그게 뭔데요?"
"조금 있으면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날이 어두워지네. 그러면 놈들이 숨어서 자네와 나를 기다릴 걸세, 짐. 어떠한 실수도 있어선 안 되네. 놈들이 우릴 잡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 말일세. 그건 그렇고,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자넨 여길 빠져나가서 시내로 돌아가게나."
"왜 내가 그래야 되지요?"
맥의 눈이 짐의 얼굴을 미끄러지듯 훑어 내리더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이 곳에 왔을 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제법 잘돼 나가는 줄 알았네. 자네는 나 같은 사람 열 명보다도 더 귀한 존재야, 짐. 이제야 그걸 깨달았네. 만일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내 자리를 메워 줄 수 있지만 자네는 우리 과업을 완수하는 데 거의 독보적인 존재란 말일세. 우리한테는 자네가 없으면 안 되네, 짐. 만일 자네가 이런 시시한 파업에서 죽게 된다면 그건... 그래, 밑지는 거라고."
"나는 그런 말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사용되어야지, 남겨지거나 저축되어서는 안 돼요. 난 도망갈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가 이번 파업은 전체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잖아요. 이번 일은 작은 거지만 중요한 일이라고요."
"난 자네가 가기를 원하네, 짐. 자넨 그런 팔을 하고 싸울 수가 없단 말일세. 그리고 자네 같은 사람은 여기선 아무런 쓸모가 없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짐의 얼굴이 굳어졌다. "난 가지 않겠습니다. 나도 여기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어요. 당신은 내내 나를 보호해 주었어요, 맥. 그리고 때로는 당신이 나를 보호하는 게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맥의 얼굴이 화난 얼굴이 되면서 붉어졌다. "좋아, 맘대로 하게. 되게 얻어맞으라고. 난 자네에게 내가 최선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했네. 그래, 고집 부려 봐. 나, 여기 앉아 있을 수가 없구먼. 나가야겠네.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맥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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