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에서 출판중인 위대한 생각들 시리즈는 나같은 초심자에게 참 좋은 시리즈이다. 처음에 도서관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조지 오웰의 '영국식 살인의 쇠퇴'를 빌려 읽고 알게 된 시리즈인데, 잘 알려져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그들의 단편, 서간집들을 잘 묶어서 낸 시리즈인 거 같다. 해당 작가의 전문가들이 (요즈음 번역 전문가보다는 작가 전공자들의 번역을 선호하는 것도 트렌드인 듯하고) 편집한 단편선 같은 느낌이다.
조지 오웰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건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이다. 이 책이 두번째가 된 건 순전히 제목때문이다. 하지만 책 전체가 독서에 관한 내용은 아니고, 프루스트의 예술에 관한 평론집에 더 가깝다. 프루스트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책 안에 들어간 내용과 같은 예술 평론도 많이 썼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프루스트가 존 러스킨의 저작을 꽤나 오랜 기간동안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프랑스어로 번역해왔다는 점이다. 프루스트는 러스킨의 글을 번역하던 초반에 러스킨에 경도되어 있었고,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러스킨이 자주 언급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었던 '윌리엄 모리스'에서도 러스킨이 아주 많이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전혀 달라 보였던 두 권의 책에서 가리키는 사람이 같았다는 점이 재미있다. 러스킨은 모리스가 한때 몸 담았던 라파엘전파의 후원자였고, 그래서인지 '독서에 관해서'에도 라파엘전파가 언급된다. 라파엘전파의 핵심멤버라고 할 수 있는 로세티와 그의 모델이자 연인이자 아내였던 시달의 이야기와, 그녀가 밀레이의 오필리어의 모델이었다는 사실도 무척 재미있다.
하지만 프루스트는 이후에 러스킨의 도덕적 예술론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하지 않았고, 곧 프루스트는 자신만의 예술론을 가다듬게 된다. 그의 예술론은 '독서에 관하여'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책의 저자보다는 그 책을 읽는 독자에게 더 시선을 두고 있다. 이는 예술의 생산자보다는 감상자에게 좀 더 무게를 두는 현대의 시각과 비교적 궤를 같이한다.
샤르댕, 렘브란트, 와토, 모로, 모네와 같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화가들의 평론을 싣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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