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니아, W 또는 유년의 기억, 대위의 딸, 알리스
- 라비니아
: 이상하게 산 책은 주루룩 읽게 되지 않고 느리게 느리게 읽게 된다. 아무래도 빌린 책을 시간에 쫓겨 읽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빌린 책이 산 책에 비해 우선 순위가 높아져서 그런가? 여튼 간만의 나의 영원한 존잘느님 르귄 할머니 책이어서 막 아끼면서 봤음ㅠㅠ 근데 내가 이런 면에선 아직도 어린가... 모성이 다뤄지는 부분에선 항상 공감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좀... 내가 나이가 들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가려나? 아니면 내가 남자들의 모성애 판타지를 너무 싫어해서 약한 범주의 모성애조차 부인하려고 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걸 제외하면, 이 할머니는 어른스럽고 사랑스러운 소년 캐릭터를 참 잘 쓰는 거 같다. 실비우스 보면서 레반넨 생각이 나서 웃었다ㅎㅎㅎ 어른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 그런 느낌...
개인적으로 르귄이 가장 빛을 발하는 영역은 역시 SF라고 생각하긴 한다. SF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동안 남성 작가들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나는 여성 독자로서 좀 남성들의 SF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SF를 잘 쓰는 몇 안 되는 작가중 하나인 르귄이 특히 소중하다.
하지만 SF를 제외하고도 판타지나, 라비니아 같은 경우엔 역사소설의 범주에 넣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여전히 정말 소중한 작가인듯. 제가 핥습니다, 사랑합니다ㅠㅠ 제발 오래오래 건강히 다작해주세요.
- W 또는 유년의 기억
: 나는 이상하게 프랑스 소설하고는 정말 맞지 않는가 보다ㅠㅠ 프랑스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도ㅠㅠ 어째서인가ㅠㅠ 그리고 알레고리가 들어가는 소설 정말 못 보는듯;
- 대위의 딸
: 푸시킨의 후광이 있어 오래도록 봐야지 봐야지 했던 책이었지만, 소설 자체는 그냥 어 그렇군요... 생각보다 그런 느낌이었다 좀;
- 알리스
: 독일 문학 판지 얼마 안 되었고 판 작가도 얼마 안 되지만 왠지 내게 독일 문학의 이미지는 굉장히 사유가 깊고 빽빽하다는 그런 느낌? 이라 힘겨우면서도 좋아한다. 아니면 토마스 만이나 츠바이크가 레알 글을 잘 쓰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알리스는 확실히 모던 소설은 모던 소설이구나, 그런 느낌. 주제 자체는 좋았고 공감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죽음들, 그걸 피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사람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흘러가는 일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잊기 위해 발버둥치며 오히려 현실에 몰입하려는 도피의 몸부림, 그리고 여전히 흘러가는 일상... 이런 느낌. 근데 나한테는 너무 건조한 서사가 때로는 몰입에 장애가 되기도 하는듯ㅠㅠ
예전엔 '그래도 건조한 문체 좋아하는 편이야' 라고 했던 적도 있지만 레이먼드 카버와 코맥 매카시를 읽고 나서 깝치기를 그만두고 그냥 내가 적당한 장르문학의 노예라는 것을 인정하고 편해지기로 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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