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독립출판
한국의 독립출판에 관한 소개서?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책 전반부에서는 독립출판을 하고 있는 출판사들을 소개하고, 뒷부분에서는 잡지 형태의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이러한 독립 출판사와 정기 혹은 부정기 독립 출판물이 있다 정도의 참고용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한국의 독립출판에 전반에 관한 고찰이나 뭐 이런 걸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출판사와 출판물에 대한 인터뷰를 나열하고 있어 약간 내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맞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런 내용에 대한 언급이 아주 없진 않은데, 마지막에 짧게 언급되는 정도였다. 2010년 초반에 독립출판 시장이 형성되다가 2012년 폭발하듯 출간물이 늘었지만 2013년에는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독립출판물에 대한 거품이 가라앉고 다시금 출발을 하게 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독립출판사, 출간물에 대한 인터뷰를 들어보면 모두가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독립출판이라는 흐름을 응원하고는 있지만, 경제적으로 온전히 자립할 수 없다면 독립출판의 흐름은 이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출판시장이 협소한 건 주지의 사실이며 많은 대형 출판사들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 시기에, 독립출판이 자신만의 힘으로 시장에 단단히 뿌리 내리기에는 척박한 환경임이 분명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적거니와,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책을 구매할 때 이 책이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를 달고 나온 책인지, 독립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지 고려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이란 매정하며 독립출판이라고 해서 봐주기식의 게임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독립출판에 대한 안일한 낙관론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시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독립출판의 유연한 기획으로 공략할 수 있는 출판계의 틈이 그리 넓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래서 원론적인 얘기지만 출판물의 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작년에 독립출판 전시회에 갔을 때 좀 많이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진지한 컨텐츠의 완성도 높은 출판물을 출품한 출판사가 있는 반면에, 거의 대학교 과제 수준의 출판물도 많이 눈에 뜨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행 에세이와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담은 그리 신선하지 않은 기획의 출판물들도 너무 많았고.
독립출판이란 흐름을 항상 지켜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느니만큼, 한국 독립출판의 판이 보다 넓어지고 다양하고 질 좋은 출판물이 많이 나와주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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