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ㅅ'



치명적인 은총

저자
루이즈 페니 지음
출판사
피니스 아프리카에 | 2012-0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무후무한 애거서상 4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루이즈 페니의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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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 2권.

가마슈 경감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순서인데, 번역본은 하나를 띄우고 앞의 5권만 나온 상태다.


Still Life (2005) : 스틸 라이프

A Fatal Grace (Alternate title: Dead Cold) (2007) : 치명적인 은총

The Cruelest Month (2008) : 가장 잔인한 달

The Murder Stone (A Rule Against Murder in U.S.) (2009) : 국내 미번역

The Brutal Telling (2009) : 냉혹한 이야기

Bury your Dead (2010) : 네 시체를 묻어라

A Trick of the Light (2011) 국내 미번역

The Hangman (2011) 국내 미번역

The Beautiful Mystery (2012) 국내 미번역

How the Light Gets In (2013) 국내 미번역

The Long Way Home (2014) 국내 미번역


모두 '피니스 아프리카에'라는 출판사에서 발간중이다. 지난번 장르문학 부흥회 광고를 보다가 알게 된 출판사. 사실 나는 여기에서 맨 마지막 4강 박상준 대표님이 하시는 SF관련 강좌만 들어서 몰랐는데, 그 날 만났던 같은 책모임에 계시던 분이 이 날 받은 미스테리 목록을 공유해주셔서 알게 됐다.


전작, 그러니까 가마슈 경감 시리즈 제 1권인 스틸라이프의 성공에 힘입어서일까. 치명적인 은총에서는 확실히 루이즈 페니가 신나고 자신감 넘치는 상태에서 슥슥 써내려갔다는 즐거움이 느껴진다. 두께도 스틸 라이프의 두 배 정도. 두꺼운 미스테리책 너무 좋다. 한 권 끌어안고 죽죽 읽어내려갈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음.


전작 스틸라이프에서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던' 제인 닐이 살해당했다면, 이번 치명적인 은총에서는 완벽하게 대조적으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CC 드 푸아티에라는 사람이 살해당한다. 전작에서 제인 닐의 죽음이 스리 파인스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면, 제인의 죽음에서 이제 막 회복하려고 하는 스리 파인스에 CC 드 푸아티에가 이사 오면서 다시금 이 마을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리고 그 예감은 CC 드 푸아티에가 살해당하면서 절정에 달한다. 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지만,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그녀의 존재가 죽어서 사라진 이후에 기묘한 안도감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까지도.


개인적으로 스틸 라이프에서는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좋았던 반면 사건의 얼개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다 느꼈는데, 이번 치명적인 은총에서는 그 두 가지의 균형이 상대적으로 잘 맞았다 생각된다. 루이즈 페니 특유의 베이커리와 음식 사랑(이 분 글로 먹방 찍으시는듯;), 자주 언급되는 시들, 미술에 대한 애호 역시도 그대로 살아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저자가 한 시리즈의 터를 잘 닦아나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준다.


디테일에선 전혀 관계가 없는데 초반부터 엘러리 퀸의 모 책이 생각났는데 마지막에서 맞아 떨어져서, 으음 역시... 스스로의 오감에 좀 놀랐다ㅋㅋㅋ


=


한국 독자에게 바치는 저자의 서문


당신이 이 책을 들고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쁩니다. 나는 캐나다 퀘벡 주에 있는 집에서 이 길을 쓰고 있습니다. 벽난로 옆에서요. 우리는 몬트리올 남부, 두 개의 산 사이에 있는 시골에 삽니다. 밖은 굉장히 춥고, 일기예보에서는 눈이 더 내릴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안락하고 따뜻하군요. 남편 마이클은 핫 초콜릿, 나는 홍차입니다. 물론 케이크도 좀 곁들이고요.

지금 당신이 어디서 이 글을 읽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동네 서점인가요? 어쩌면 집일 수도 있겠지요. 나는 한국에서 사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어쩌면 당신도 이곳 캐나다에서 사는 내 모습을 그려보려 할지 모르겠군요.

당신이 이 책을 다 읽게 될 즈음에는, 이곳에서의 삶은-그리고 가끔 죽음도-어떨지 구체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에밀리 디킨슨은 소설이란 우리가 평소에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배와 같다고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내 작품에서 바라는 모습입니다. 만일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느끼고 카페라테와 장작 냄새를 맡으며 버터를 듬뿍 넣은 크루아상 맛을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 깔려 있는, 이곳의 지명이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 모습 그대로입니다. 정서적 풍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실과 슬픔, 우정과 친밀함, 그리고 사랑. 내 작품들은 분명 살인을 다루는 추리소설이지만 사실은 죽음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들이 어디에 살고 있든 서로의 감정을 충실히 나누려 합니다.

(후략)

- p4~5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등성이 정상에 오르자, 산과 숲 사이에 숨은 마을 하나를 발견했다. 머나는 차에서 내려 주변 경치에 마음을 온통 빼앗겼다. 무엇보다 이 마을의 존재가 놀라웠다. 때는 늦봄이었고, 햇빛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오래된 석조 제재소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하얀 참나무 판자로 지은 작은 교회를 지나 마을 한쪽으로 구불구불하게 흘러갔다. 마을은 비포장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는 원형 모양이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마을 광장이 있었고, 오래된 집들이 그 광장을 둘러쌌다. 몇몇 집들은 가파르게 경사진 양철 지붕과 좁은 지붕창을 한 퀘벡 스타일이었고, 어떤 집들은 베란다가 노출되어 있는 구조로 된 참나무 판자로 지은 집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집만은 자연석으로 지어져 있었다. 한 개척민이 앞으로 다가올 살인적인 겨울을 이기려 혈안이 되어, 들판에서 옮긴 돌로 직접 지은 집이었다.

그녀의 눈에 광장 연못과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세 그루의 위풍당당한 소나무가 들어왔다.

머나는 퀘벡 주 지도를 구입했다. 2, 3분 후 조심스레 지도를 접어 들고는, 어이가 없어서 차에 몸을 기댔다. 이 마을은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았다. 지도에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사라져버린 장소도 나와 있엇다. 아주 작은 낚시터 마을은 물론이고 집 두 채에 교회 하나 정도 되는 마을 공동체도 죄다 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 마을만은 지도에 없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정원을 가꾸고 개를 산책시키며 연못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이 말은 브리가둔(1947년에 제작된 뮤지컬 제목이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스코틀렌드 마을 이름. 이 마을은 백 년 주기로 딱 하루씩만 모습을 드러낸다)같은 곳일지도 몰라.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이 마을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마을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여전히 머나는 주저했다. 분명 이 마을에는 그녀가 갈망하는 것들이 없을 터였다. 차를 돌려 지도에 나와 있는 윌리엄스버그로 향하기 직전, 그녀는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스리 파인스는 그녀가 갈망하던 것들을 갖추고 있었다.

스리 파인스에는 크루아상과 카페라테가 있었다. 감자튀김을 곁들인 스테이크와 '뉴욕 타임스'도 있었다. 빵집, 비스트로, 비앤비, 잡화점도 있었다. 평화와 고요함이 존재하는 동시에 웃음도 있었다. 커다란 즐거움과 깊은 슬픔이 상존했고, 양자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기품도 느껴졌다. 우정과 다정함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미다락이 있는 빈 가게도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녀를.

머나는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 p28~29


"사실, 난 다른 시가 떠올랐어요.

'이 세상이 그를 오랫동안 괴롭힌 나머지

그는 찌꺼기만 남을 때까지 자신을 태워버렸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지

그는 굉장한 악취를 남기고 떠나갔다고.'" 조나단 스위프트의 시 'A Satirical Elegy'의 한 대목


클라라가 시를 암송하자 벽난로 주변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들의 뒤에서는 여러 대화가 조수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아무도 CC 드 푸아티에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지 않았다. 스리 파인스는 그녀의 죽음에 위축되지 않았다. 그녀는 악취를 남기고 떠났지만, 그 악취마저 점점 걷히고 있었다. 스리 파인스는 상실을 경험했음에도 더욱 밝고 생생해졌다.

-p167


비스트로는 살인범을 찾아내는 데 있어 그의 비밀 무기였다. 단지 스리 파인스에서뿐만 아니라 퀘벡의 그 어떤 도시나 마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선 안락한 카페나 저렴한 식당, 비스트로 같은 곳을 찾아낸 다음, 살인범을 찾아낸다. 아르망 가마슈는 그의 많은 동료들이 미처 짐작하지도 못하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살인이란 살해된 사람과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얽힌, 굉장히 인간적인 일이다. 살인자를 지나치게 흉물스럽고 기괴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그에게 부당한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다. 아니, 살인자는 인간이고, 매 살인의 기저에는 감정이 깔려 있다. 의심할 바 없이 비뚤어져 있고 뒤틀리고 추악하기는 하지만 분명 사람의 감정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감정이 지나치게 강대해지면 그 감정을 귀신을 만들어내도록 사람을 몰아붙인다.

가마슈의 일은 증거를 모으는 것이었지만 또한 감정을 모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엇다.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을 현혹하는 편안한 태도와 현혹될 만큼 편안한 무대이다.

비스트로 같은.

-p257


우린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벽이 다가오고 있어. 이 어둡고 좁은 곳에서 꽁꽁 묶여 질식하게 될 거야.

"장 기." 가마슈는 외쳤다. "그만두게."

"그녀는 그럴 가치가 없어요. 제발 가시죠." 그는 소리를 지르며 가마슈의 팔을 잡아끌고 옛 기억의 악몽 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럴 가치가 없어요.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그만두라고 했네." 가마슈가 명령을 내렸다. 그가 이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이는 만큼 몸을 돌리자, 보부아르의 손전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강타해서 눈을 뜨지 못하게 했다. "내 말 들어. 듣고 있나" 그는 짖어댔다. 미친 듯이 그를 잡아당기던 손이 누그러졌다. 이제 계단통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가마슈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손전등 빛을 피해 그 불빛 뒤에 있는 얼굴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자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지, 장 기?"

보부아르는 환청을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이 마당에 대장을 시를 인용하려는 건가? 그는 루스 자도의 음울한 시를 들으며 죽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요?"

"자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보게." 대장의 목소리는 고집스러우면서도 한결같았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보부아르는 주저하지 않고 생각해냈다. 그다음에 자신의 아내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러나 첫 번째는 아르망 가마슈였다.

"그들을 구하려고 여기 있다고 상상해보게." 이는 제안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보부아르는 가마슈가 불타는 이 집 안에 갇혀 있다고 상상했다. 부상을 입은 채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갑자기 이 좁은 계단이 그렇게 좁지 않다고, 겁내고 있는 만큼 어둡지 않다고 느껴졌다.

-p412~413


"내가 조언 한마디 해도 될까?"

그녀는 가마슈가 무슨 말을 할지 어서 듣고 싶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내버려두게. 자네에게는 자네의 인생이 있으니까. 사울 삼촌의 인생도, 부모님의 인생도 아니야." 가마슈의 얼굴은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눈은 무엇을 살피는 듯했다. "과거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고, 지나간 일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어. 사울 삼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 자네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기억이 자네를 죽일 수도 있어, 이베트. 과거는 자네에게 곧장 다가와 자네 멱살을 움켜 쥐고, 있어서는 안 될 곳으로 끌고 갈 수도 있네. 불타는 건물 같은 곳 말이지."

그는 다시 배고픈 듯 혀를 날름거리는 불길을 내다보다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두 사람의 머리가 거의 맞닿을 때까지 몸을 굽혔다. 그녀가 경험해본 가장 친밀한 순간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죽은 사람은 묻어버리게."

-p419~420


"그 문을 연 후 내 인생은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어요. 난 지금 행복해요. 만족하고 있어요. 우습지 않아요? 나는 행복을 찾으러 지옥에 가야만 했어요."

"사람들은 내 직업을 보고 내가 냉소적일 거라 생각하지요." 가마슈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말한, 바로 그걸 이해하지 못해요. 나는 사람이라는 집의 마지막 방을 조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스스로에게도 걸어잠그고 숨기곤 하는 방 말이에요. 그런 방에는 악취가 나도록 썩어가는 괴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직업은 생명을 앗아가는 사람들을 찾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동기를 알아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머리속으로 들어가서 그 마지막 문을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되면..." 그는 커다란 동작을 취하며 팔을 벌렸다. "세상은 갑자기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욱 생기가 넘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사랑스러워집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야말로 최선을 알아볼 수 있는 겁니다."

"바로 그거예요."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사람들을 좋아하는군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가마슈는 고백했다.

-p44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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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에 있는 제2롯데 갔다가 간단히 수제맥주 한잔하러 들러보았다

생각보다 가게가 작다 

안주는 별로였고

맥주 자체는 맛이 괜찮았다


나는 에일 마셨는데 제법 쌉싸름하고 과일향 진하게 나는 것이 나쁘지 않았음




나의 친절한 유갱이가 내 생각이 나서 사다주었다

사랑해 유갱찡♥


게다가 지난주에 곤트란 갔는데 품절되어서 못 먹어보았던 퀸아망!!!

행복하다


결이 쩔어준다 레알


호우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먹어보았다.........

시벌탱 개맛존맛이쟈나요

퀸아망은 미쳤엉!!

곤트란은 미쳤음ㅋㅋㅋ

나 진짜 크로와상이랑 이런 빵 별로 취미없는데ㅋㅋㅋㅋㅋㅋㅋ

취향을 뛰어넘는 맛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집 근처로 다가와줘 베이베

서래마을은 너무 멀다예요ㅠㅠ